[르포] "꼬꼬야 죽지마"… 폭염에 가축 폐사 '대책 없나?'

  • 정치/행정
  • 충남/내포

[르포] "꼬꼬야 죽지마"… 폭염에 가축 폐사 '대책 없나?'

폭염 속 충남서 닭 22만 수, 돼지 43두 폐사 전국적으로는 134만 마리 쓰러져… 축사 현대화 못한 20% 농가 위험

  • 승인 2016-07-26 16:41
  • 신문게재 2016-07-26 1면
  • 내포=유희성 기자내포=유희성 기자
▲ 생후 20일 된 병아리들이 무더위 속에 몰려 다니고 있다.
▲ 생후 20일 된 병아리들이 무더위 속에 몰려 다니고 있다.


“꼬꼬야 죽지마….”

죽는다는 게 뭔지 잘 모르는 6살 은별이는 할아버지 집에서 키우는 닭들이 더워서 모두 쓰러졌다는 소릴 듣고 멍하기만 하다.자신은 뛰어놀다가도 찬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곤 하는데 꼬꼬들은 왜 힘들어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괜히 남은 병아리들한테 죽지 말라고 말을 건네 본다.

은별이보다 실제로 가슴이 더 찢어지는 건 닭을 직접 키우는 농민들이다. 한 마리 한 마리 사료를 쪼아 먹으며 웃음을 건네던 닭들인데 연일 계속된 폭염에 손 쓸 겨를도 없이 수백, 수천 마리가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현재 충남은 10개 시·군에서 21만9288마리의 닭과 돼지가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닭은 논산(5만 4605수), 부여(4만 4300수), 천안(3만 388수) 등지에서 많이 죽었고, 돼지는 홍성(15), 당진(15), 예산(8) 등지에서 쓰러졌다.

전국적으로는 134만여 마리의 닭과 돼지가 폐사했다. 지난해는 도내에서 24만 4411마리(닭 24만 1351수·돼지 3060두)가 폐사했다.소는 체력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축사 환경(통풍)이 나아 폐사하지 않았다는 농가의 설명이다.닭은 병아리 때보다 성계가 되면 폭염에 더 약하다. 덩치가 커지면서 열이 많고 닭장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깃털이 많은 특성 때문에 열의 방출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무리지어 다니는 닭들은 무더위에 약한 특성을 지녔다.양계협회 충남도지회장이기도 한 농장주 신현철 씨는 “애들(닭)은 더워도 뭉쳐 다니고 추워도 뭉쳐 다닌다”며 닭의 여러 가지 폐사 이유를 설명했다.

▲ 생후 10일 된 병아리들이 폭염 속에서 몰려다니고 있다.
▲ 생후 10일 된 병아리들이 폭염 속에서 몰려다니고 있다.


닭은 40℃를 넘어선 체온이 지속되거나 50℃를 넘어서면 버티지 못한다. 뭉치는 특성 상 이 체온은 계사 안의 온도가 37∼38℃만 넘어도 도달한다.다만 더워도 바람이 순환하면 폐사율이 떨어지는데, 현대화된 계사는 자동 통풍 시설이 잘 돼 있지만 소규모 재래식 폐사는 대형 선풍기 여러 대로 의존하는 실정이다.병아리는 여름에 영양제라고 할 수 있는 고온스트레스제를 먹이면 더 건강해진다. 대규모 기업형 농가에서는 개인비용으로 먹이기도 하지만 소규모 영세농가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충남도 관계자는 “올해 축사(소, 돼지, 닭 등) 66개소에 28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충남지역 80% 농가에 대한 현대화를 마쳤지만 20%는 남은 상태”라며 “고온스트레스제의 경우 지자체에서 신청을 받아 모두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각 시·군마다 지원예산과 적극성이 다르다는 하소연이다. 가축재해보험도 약관에 따라 30% 이상 폐사해야 보험금이 지급되는 등 제약이 있다.

신 회장의 경우 최근 300수 정도가 폐사했는데 보험금 지급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충남지역은 현재까지 79농가에 5억 7895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별로 따지면 평균 732만 원, 마릿수로 따지면 2640원 정도다. 32℃를 넘는 폭염 속에 자식 같은 닭과 병아리들을 지키기 위한 농장주들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예산군의 농장주 Y씨는 “병아리부터 크는 걸 지켜봐 왔는데 정말 가슴 아파요. 죽은 것을 치우기도 힘들고요. 또 이 아이들은 왜 그러는지 더운 날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다 죽어요”라고 글썽이며 “정말 이 아이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 생후 10일 된 병아리들이 사료를 먹기 위해 모이기 시작한다.
▲ 생후 10일 된 병아리들이 사료를 먹기 위해 모이기 시작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전 반대 "정치권 힘 있는 움직임 필요"
  2. 세종시 대평동 '종합체육시설' 건립안 확정...2027년 완공
  3.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수두룩…"신원확인·모니터링 강화해야"
  4. 2025년 국가 R&D 예산 논의 본격화… 출연연 현장선 기대·반신반의
  5. [썰: 기사보다 더 솔깃한 이야기] 최규 대전 서구의원, 더불어민주당 복당?
  1. 학생 온라인 출결 시스템 '유명무실' 교원들 "출결 민원 끊이지 않아"
  2. 대전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 이장우 "법 어길 수 없다" 중앙로 지하상가 강경입장
  3. 감스트,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서 팬사인회… 인파 몰려 인기실감
  4. 민주평통 유성구협의회, 백두산 현장견학…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길을 찾아서"
  5. [사설] 불법 홀덤펍, 지역에 발붙여선 안 된다

헤드라인 뉴스


장애인활동지원사 부정수급 만연…"모니터링 강화해야"

장애인활동지원사 부정수급 만연…"모니터링 강화해야"

<속보>=대리 지원, 지원시간 뻥튀기 등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사례가 만연한 가운데, 활동지원사 신원확인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일보 2024년 5월 2일자 6면 보도> 2일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장애활동지원 사업으로 활동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가사, 사회생활 등을 보조하는 인력이다. 하지만, 최근 대전 중구와 유성구, 대덕구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민원이 들어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대부분 장애 가족끼리 담합해 부정한 방식으로 급여를 챙겼다는 고발성 민원이었는데, 장..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대입에서 충청권 의과대학 7곳이 기존 421명보다 389명 늘어난 810명을 모집한다. 올해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에는 정부 배정안 대로 970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전지역 의대는 199명서 156명이 늘어난 355명을 2025학년도 신입생으로 선발하고, 충남은 133명서 97명 늘려 230명, 충북은 89명서 136명 증가한 225명의 입학정원이 확정됐다. 2일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과 함께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공개했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증원 총..

"앞으로 욕하면 통화 종료"… 민원 담당 공무원엔 승진 가점도
"앞으로 욕하면 통화 종료"… 민원 담당 공무원엔 승진 가점도

앞으로는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폭언하는 경우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끊어도 된다. 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이른바 '신상털기(온라인 좌표찍기)'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공무원 개인정보는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한다. 행정안전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8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3월 악성민원에 고통받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 이후 민원공무원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에 따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